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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작가는 내게 굉장히 생소한 작가였다. 2012년에 출간한 통조림공장은 사실상 현대소설로 분류되지만 독서에 있어서 구관이 명관이라고 꾹꾹 옛것만 찾아 읽던 나는 현대소설을 찾아보기조차 귀찮아 한 거였다. 예술가들의 작품이 죽은 뒤 30년 후에야 조사를 받고 작품의 목적의식과 뜻을 찾아 정의할 수 있듯 나 역시 그런 정답이 있는 작품들에게 안정성을 얻어 왔던 걸까 통조림공장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부터 뭔가 전보다 덜 안정된 마음으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현대소설이 그렇듯 굉장히 익숙한 이미지와 묘사에 금세 빠져든 나를 발견했다.
흔히 말할 수 있는 현대소설의 특징이란 뭘까 그건 아마 현실성 일 것 이다. ‘소설‘ 판타지라는 말과 굉장히 밀접한 만큼 작가의 상상력을 어떻게 펼쳐도 이상하지 않은 영역에서 현실성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독자가 바뀌면서 문학작품을 자신의 삶과 관통해서 보려는 현대인의 습관 때문일까? 정말 잘 짜여 있는 스토리라인과 개연성이 없다면 사람들은 그 책을 덮어두고 라면 받침대로 쓸지도 모른다.
그만큼 현실성과 개연성은 현대소설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다. 현대소설가들은 이제 기자보다 더 열렬하게 작품에 관련된 장소나 품목들을 조사하고 사진을 남겨 이를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문학작품을 쓴다고 한다. 통조림공장도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마치 통조림공장안에 있는 듯 한기분이 들 정도로 그 장소와 사람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통조림공장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공장장이 사라졌다. 몸이 아파도 술에 절어있어도 늘 술 냄새를 풍기며 아무도 없는 공장에서 기계들을 켜고 기계들을 끄는 공장장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보통 인부라면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공장사람들은 이 이례적인 사건에 집중한다. 이내 사장이 와서 이를 알게 되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공장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의문점을 토대로 공장장이 왜 사라졌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다.
그중 가장 대두되는 문제는 공장장과 한 여직원의 불륜이다. 실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공장장이 불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하지만 모두 그게 기정 사실 인 듯 말을 옮기면서 각자 속으로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어느 사회든 똑같지 않을까 아니란 걸 알면서도 확정짓고 내가 모르는걸 아는 양 남에 대해 떠드는 행위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타인을 단정 짓는다는 건 너무 교만하고 멍청한 짓인걸 알면서도 우리는 상처받기 싫어서 매일 같이 타인을 어떤 상자 안에 가둬놓고 판단한다.
통조림에서 표현한 공장장의 위치 중 또 하나는 대체였다. 이를 투영해 볼 수 있는 것은 공장장의 딸이 아끼던 개였는데 키우던 개가 죽자 딸은 며칠이고 개의 시체를 안고 슬퍼한다. 이내 공장장은 통조림 안에 개를 밀봉하여 상하지 않게 하지만 새로운 개가 생기자 그 통조림은 방안에서 방치된다. 그런 공장장이 말하기를 자신도 죽으면 차라리 통조림 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더 이상 가족들은 그를 유일한 존재로 취급하지 않는 걸까 그저 사라지면 대체할 수 있는 어쩌면 이 시선들은 사회에서 우리가 모두에게 느끼는 그저 사회가 공장처럼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한 부품으로써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지 않나 생각했다. 더 이상 그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그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통조림처럼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곳으로 떠난 것이다.
그렇게 공장장을 싫어하고 공장장이 사라지기 전날까지 같이 있던 박 씨는 사라진 공장장을 대신하여 공장장이 된다. 그는 통조림을 싫어해서 입도 안 댔지만 어느새 통조림을 하나둘씩 술안주 삼아 먹으면서 이내 통조림을 먹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통조림만 먹던 공장장과 똑같은 상황 똑같은 처지에 놓이면서 마지막으로 공장장이 두고 간 통조림 안에서 전혀 다른 내용물이 나오는 걸 보며 웃는다. 통조림은 까기 전까지 그 곳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른다.
고등어 통조림 안에 꽁치가 있을 수도 있고 꽁치 통조림에 고등어가 있을 수도 있다. 포장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생각이 났다. 나 역시도 지금 어디 대학에 어디과로 포장지가 씌워진 채 분류된다. 몇몇 주변 사람들은 자신에게 씌워진 포장지를 보며 자신의 삶과 미래까지 단정 짓는다. 우리 모두가 통조림과 같다면 아직 벗겨보지도 않은 깡통을 바라보며 어떤 내용물이 나올지 다 아는 냥 한계를 정해두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통조림 안에 여러 내용물을 넣는 공장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박 씨는 공장장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자신 또한 그럴 것 이라고..
통조림 공장은 현대인의 삶을 정말 잘 투영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성격이라면 대량생산, 반복성,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기계의 대체 등 이 있을 것 이다. 점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사라지고 사회에서의 우리의 중요성도 점차 흐려진다. 그저 돌아가는 레일 속에 통조림이 시간이 되면 폐기처분되듯 우리의 삶도 그저 그런 레일위에서 생이 마감되기까지를 기다리는 처지인 것이다.
나는 현대를 떠올리면 흑백 또는 회색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돈을 쫒으며 별다른 삶의 변화는 없이 흑 아니면 백
또는 둘 다 섞인 회색 도시 속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삶 말이다. 교통이 발달했지만 달리 갈 곳이 없다. 문화가 발달했지만 여유가 없다. 삶의 질이 발달했다지만 돈이 없는 우리에겐 항상 똑같은 삶의 반복일 뿐이다. 통조림 공장안에서 자신들의 미래가 잘돼 봐야 공장장이고 미래가 이미 과거가 된 듯 이미 자신들의 삶을 단정지은 인부들처럼 삭막하고 의욕 없는 삶을 제대로 표현한 통조림 공장은 나에게 더욱 열심히 달려서 이런 이데올로기 빠져나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묻게 된다. 빠르게 달린다면 우리의 삶의 끝은 내용물만 바뀐 통조림이 되지 않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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