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리뷰

책 추천 디어라이프 밤, 목소리

다육짱 2018. 12. 6. 15:56

단편 소설 책 추천 디어라이프를 읽으면서 돌리를 마지막으로 피날레라는 장이 나온다.앨리스 먼로가 뜻하는 피날레란 단편 소설의 장을 마치고 앞서 말하고자하던 이야기를 끝낸 뒤 나머지 4개의 챕터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단편 소설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무엇보다 앨리스 먼로가 자신의 삶을 써내는 마지막 이야기라고 하며 피날레의 장이 시작되었다.

 

 

 


앨리스 먼로의 자전적인 이야기기에 책의 뒷 페이지에 나오는 먼로의 연보를 보고 읽으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것이다. 피날레의 장을 넘기며 우리는 지금까지 읽어왔던 그녀의 소설을 지나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해질 것이다. 시선이라면 먼로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 이야기 같다. 동생이 태어나고 자신에게 관심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어머니가 마을에서 꽤나 유명한 세이디를 가정부로 들이면서 어린 시절을 대부분 그녀와 보내는 데에서 시작한다.

 

 

출처 : freepik.com

 


주인공은 어머니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없고 곧 어머니의 시선이 자신의 시선이었지만 독립적인 세이디를 만나 의심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주인공에게 세이디는 자신에게 제 3의 눈을 뜨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을 세이디와 같이 보낸 주인공은 학교에 가고 자연스레 세이디와 멀어지던 중 댄스파티에서 돌아오는 세이디를 차가 받아버려서 그만 세이디가 죽고 만다. 그렇게 세이디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걱정했던 부모님은 어린 나를 데리고 세이디의 시신을 보게 하여 그녀와의 관계의 완벽한 단절을 알린다.

 


여기서 시선이라 하면 세이디의 시신이 자신을 보고 눈꺼풀이 움직였다고 생각하면서 어린 나에게 충격적인 시선의 기억을 남게 하는 것도 있지만 수 많은 시선들 속에서 성장하는 먼로 자신의 이야기의 중심 단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점은 세이디를 잊어가는 주인공이다. 어렸을 적 자신에게 전부와 같고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시선을 거쳐 오고 점점 중요했던 것들은 흐려진다.

 

 

 

 

 


우리도 이 이야기를 읽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삶속에서 점차 흐려지는 관계들 붙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르는 게 야속하다. 먼로 역시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역시 우리는 같은 세계 속에서 그 흐름에 몸을 실은 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할 것이다.

 

두 번째 챕터 밤은 맹장으로 인하여 학교에 가지도 않고 집 안에서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소녀의 이야기다. 시골 마을에서 눈보라로 인해 차가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마차를 빌려 사선을 넘나들며 옆 마을로 가서 맹장 수술을 마친 주인공은 집 안에서 자유롭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그런 자유의 기쁨도 잠시 낮에는 편하게 지내다 밤만 되면 잠이 안 오는 탓에 혼자만의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내 광기와 나란히 눕게 된다.


1층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동생을 내려다보며 목을 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주인공은 이내 자신이 이상함을 느끼고
방 밖으로 나와 돌이 다니게 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여느 때처럼 방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던 중 어둠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마주하고 아버지는 꾸짖음 대신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괜찮다고 그녀를 이해해준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대화로 그녀의 불면증을 사라진다. 여러 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챕터였다. 내가 자상을 심하게 입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 부모님이 걱정스럽게 나를 대하던 그때가 난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 번 큰 산을 넘게 되면 아픈 그 순간만큼은 정말 특별한 대우를 받지만 그런 부자연스러운 자유는 기쁨을 안겨다 주지 않는다.

 


점점 미안함도 들고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먼로 역시 이런 상황 속에서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광기에 휩싸일 뻔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챕터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대처에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입장이 얼마나 어려운건지 새삼 느꼈다.


보통 아이가 넘어져 울 때 부모님이 침착하게 괜찮다고 하면 아이는 울음을 쉽게 그친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이 불완전한 모습으로 안절부절 하며 불안해하면 아이는 더 크게 운다고 한다. 부모가 어린 아이를 대할 때 가장 필요한 모습은 굳건함인 것 같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과 같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이런 당연하면서 지키기 어려운 방식 속에서 우리 부모님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와 고통을 우리에게 숨기면서 살아가셨을까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들이다. 어릴 적 마을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 종종 가던 주인공은 그 댄스파티에서 기품 있는 중년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뻔뻔함과 멋스러움에 빠져든다. 하지만 고전적인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 댄스파티에서 급하게 나가자며 화를 내고 이내
그 기품 있는 여성이 매춘부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급하게 2층에 두고 온 외투를 챙기러 간 나는 어느 군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페기라는 여성을 부르면서 다정하게 대하는 군인의 목소리에 시간이 한참 지나도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한 채 이내 자신에게 가장 섹슈얼한 자극 중 하나로 다가오게 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청각적인 자극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좋은 목소리에 호감을 느끼는데 먼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동떨어질지는 몰라도 마지막 구절에서 그렇게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쟁에 대한 슬픔에 대해서도 담아낸 게 아닐까 생각했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목소리에 대한 회상으로 처음으로 남성의 매력을 느낀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가 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매력적인 목소리들이 전쟁으로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아마 먼로가 커가면서 겪은 전쟁에 대한 이미지와 같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야기와 함께 책 추천 디어 라이프를 마지막으로 그녀의 단편 소설이 끝났다.

 
사실 피날레에서만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아니라 모든 챕터가 그녀의 삶을 녹여낸 주형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에는 불친절하고 이해하기 어렵던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한 여성의 인생을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을 덮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느 위치에 있건 결국 큰 틀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든 사랑의 아픔을 느끼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을 통해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먼로의 이야기에 대입하다보면 어느새 성장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